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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보꼬, 보꽁, 보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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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보꼬, 보꽁, 보깡통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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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전, 집 앞에서 울부짖고 있는 고양이를 안고 들어왔다. 월령 3개월쯤 돼 보였다. 사람 손에 자랐던 듯 고분고분 품에 안겼다. 연노랑 줄무늬 고양이인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볼 때마다 껴안고 데굴데굴 구르며 "보깽! 너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웅얼거리게 된다.

이름을 '보꼬'라고 지었는데, 어떤 땐 '보꽁'이라 부르고 '보깽' '보깡똥'이라 부를 때도 있다. 보꼬는 '복고', 즉 복고양이란 뜻이다. 원기왕성하고 나긋나긋한 장난꾸러기 보꼬는 고양이의 보석이라 할 만하다.

명랑하면서도 어찌나 순한지. 반갑거나 기쁠 때면 꼬리를 탁탁 치는데, 고양이의 탈을 쓴 강아지 같다. 잠복 놀이를 하면서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양쪽 귀를 찰싹 뒤로 붙이고 있을 때면 영락없는 강아지 얼굴이다.

한 살 먹은 고양이 란아는 겁 많고 우울한데 보꼬는 그늘 한 점 없이 발랄하고 겁이 없다. 내가 사전 같은 걸 떨어뜨리면 란아는 펄쩍 도망치고, 보꼬는 무슨 일인가 쪼르르 달려온다. 계단에서 발소리가 나면, 창턱에 앉아 있던 란아는 후닥닥 내려오고 보꼬는 딴 데 있다가도 창가로 쌩하니 달려가 내다본다. 보꼬와 함께 지내며 란아도 많이 밝아졌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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