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이 20일 미 국방부에서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한 뒤 채택한 공동선언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제공할 대한(對韓) 핵우산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특히 한미 양국사이에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예년의 문구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진행됨으로써 미국의 확고한 대한 방위 공약을 확인했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성과로 기록된다. 북한과 주변국들도 회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어 공동선언에 담긴 문구의 수위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에 파장이 예상된다.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은 SCM에 앞서 “예년의 공동선언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핵우산 제공 문제가 공동성명에 표기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단계이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간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열린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도 미국의 핵우산 제공 문제를 예년에 비해 구체적으로 공동성명에 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안기석(해군소장)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밝혔다. 미국은 예년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핵우산 제공 공약’이 북핵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며 공동성명 문구수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예년의 공동선언에 포함돼 있는 ‘핵우산의 지속적 제공’이란 문구 앞에 이를 제공하게 될 상황을 추가하거나 ‘강력한’ 등의 의지를 담은 문구를 첨가할 가능성을 점쳤었다. 지금까지 표현은 ‘선언적인 공약’ 수준에 불과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핵 전력을 전개할 상황을 명기해 유사시 핵우산 제공을 담보하자는 것이 우리측 입장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또는 한반도 주변에서 핵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식의 문구를 넣어 미측이 핵우산을 펼치도록 강제성을 두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도발에 맞서 강력한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 동북아 질서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반도의 비핵화에 위배되는 강경조치가 주변국의 반발은 물론 북한의 오판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도 “핵 억지력 확보를 주장해온 북한 군부 등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 결국 한반도와 주변을 핵 군비경쟁의 잘못된 길로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선언은 또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촉구하는 문구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실험이 지역 및 세계안보를 극도로 위협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공약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핵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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