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과학기술부가 나라를 지키는 최일선 부처로 부각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북한 핵사태를 맞자 과기부는 북의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 지진파와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고 북한을 정찰하는 등 외교통상부나 국방부보다 중대해 보이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국감현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16일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에게 “부총리답게 해보라”고 질타한 것은 “왜 진작 북한 핵실험에 대비할만한 관측기술과 장비를 마련하지 못했느냐”는 국민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과기부에 부총리 부처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데에는 중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정말 과기부는 안보 부처인가, 또 안보 부처로 기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국감장에서 “총괄적으로 핵실험 탐지를 제대로 보고하지도, 지휘하지도 못했다”는 추궁에 “나는 보고라인이 아니다”는 군색한 답변을 했다. 사실은 맞는 말이다. 김 부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안보관계장관회의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9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긴급 소집된 안보장관관계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는 북의 핵실험 직후 김 부총리에게 따로 전화를 했지만 공식 보고라인은 국가정보원이었다. 3일 이후 아리랑 2호가 북한을 찍지 않고 뭐했느냐는 질문에 백홍렬 항공우주연구원장이 대답할 수 없었던 것도 촬영 영상은 국정원으로 직접 수신됐기 때문이다. 당시 핵실험 징후가 있었는지 여부는 국정원만이 알 수 있다.
물론 북핵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는데도 탐지기술조차 마련되지 않은 데에는 과기부를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지진방재, 국가지리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목적으로 개발된 출연연구소의 기술을 안보군사용으로 ‘땜빵’ 사용하고 있는 꼴이다.
기술지원을 맡은 과학기술자들이 “우리는 지원만 할 뿐 정치적 결정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다. 과학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은 정책 결정자의 몫이라는 조선시대 중인 의식과도 같은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과기부 내에서도 “이제는 평화 목적뿐 아니라 안보 목적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안보 라인과 동떨어진 채 과기부가 알아서 하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기부를 어떻게 안보 시스템 안에 편입시킬지 정부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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