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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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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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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신고, 도시락 메고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임정빈 지음 / 랜덤하우스 발행ㆍ1만2,000원

변해도 너무 변했다. 도로 건물 자동차처럼 눈에 띄는 것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선, 세상을 사는 법, 사람 관계까지 모두 바뀌었다. 그래도 이제 먹고 살만해 졌으니 이 변화를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쉽다. 기억에는 아직 또렷이 남아있으나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스라한 풍경들.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 가 포착한 장면들이다. 대략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의 의식주와 학교 생활, 살림, 돈벌이, 집안일 등을 담고 있으니 작은 생활사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가정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한양대 명예교수로 있다.

돌아보면, 가난했어도 꿈과 낭만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고단함을 극복해온 시대였다. 먹을 것이 부족해 배가 고팠지만 겨울철에는 늦게 오는 가족을 위해 그릇에 따뜻한 밥을 담아 안방 아랫목 요 밑에 두었다. 겨울철 학교에서는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 데웠는데 맨 밑의 도시락은 눌어서 누룽지가 되기도 했다.

도시락에 보리가 30% 이상 들어있지 않으면 선생님께 혼이 났고, 식량을 축낸다는 이유로 쥐를 잡아 꼬리를 가져오게 했으니 학교의 풍경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소풍은 신 나는 일이었다. 엄마는 김밥과 삶은 계란, 사과 1개, 사이다 1병을 싸주었는데 캐러멜, 알사탕, 껌, 오징어까지 가져온 아이들을 보면 부러워졌다.

집에 욕실이 없어서 엄마 따라 공중 목욕탕에 갔다가 같은 반 여자 아이를 만나 망신당한 남자 아이도 있었다. 여자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고단했다. 조리 청소 빨래 장보기 설거지 다리미질 등 끝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쉬는 날에도 “신문 가져와라” “재떨이 가져와라”며 잔심부름을 시켰다. 그때를 회상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 만원 버스 차장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문을 연 채 출발하고 그 때마다 차장은 버스에 매달리는 아슬아슬한 일을 반복했다.

가난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살았고 가정은 생존 공동체였다. 깊이나 치밀한 분석은 없지만, 우리의 생활문화를 되돌아보는 추억 여행기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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