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교과서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호 대북 결의에 대한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양측이 누차 얘기해온 것들이다. 결의 이행 수준을 놓고 양측이 설전을 벌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이런 결과는 회담 전날인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에게 전격적으로 추가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상황이 변화한 데서 기인했다. 이날 평양 면담 결과를 통보받은 라이스 장관은 새 상황을 평가할 필요를 느꼈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중국측의 입지가 강화됐을 것이다. 라이스 장관이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통한 대화의 문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중 회담이 상황 논리에 좌우되지는 않았다. 미국 못지 않게 중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는 강하다는 점도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장롄귀(張璉瑰)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유엔 결의 이행에 관한 중국의 의지는 미국 행정부 만큼이나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전가의 보도인 대북 석유 공급을 줄이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이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결의 1718호를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문제를 협의했다”며 이행에서 미중간 이견을 시사했지만, 구체적 이견을 표출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중국의 강한 정서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측은 재차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강력한 공동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 이는 미국 역시 상황관리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중 양측은 결의 이행의 수준에 관해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화물 검색을 위해 공해상 북한 선박의 검문도 필수적이고, 중국의 보다 단호한 대북 제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리자오싱 부장은 “관련국들은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해상 북한 선박의 정선명령과 승선 후 화물검색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외교소식통들은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해 북한 제재의 그물을 촘촘히 하려던 라이스 장관이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제재 수위를 놓고 이견을 노출한다면 순방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이견 노출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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