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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불편 외면한 '행정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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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불편 외면한 '행정편의주의'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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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22일 ‘평’이나 ‘돈’처럼 일상 생활에서 친숙히 사용되는 비(非) 법정 계량단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키로 한 것은 비 법정단위 사용으로 유발되는 혼선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 법정단위 사용에 따른 폐해는 식품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근’이 고기(600g)와 과일(200g), 채소(400g) 등 종류와 지역마다 달라 생기는 작은 혼란에서부터, 거액이 투자된 우주선이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비법정 계량 단위에 밀려 실상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법정단위 사용을 적극 권장코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위한 홍보를 벌이고 다음 달인 7월부터는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전면적인 단속을 실시해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법정단위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비법정 단위와의 병행표기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켜 법정단위에 익숙치 않은 대다수 국민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사용 단위가 바뀔 경우 한동안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정 기간 병행 표기를 실시해 자연스레 법정단위가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법정 계량단위인 ‘평’의 경우 앞으로는 매매계약서와 입주자 공고문에서도 사라지게 돼 주택거래나 분양 시 단위 변경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들이 법정단위인 제곱미터(㎡)를 다시 평으로 환산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또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척관법에 대해서는 법정 계량단위와의 병행표기를 금지하면서, 외국에서 사용되는 비법정단위인 야드와 파운드는 한동안 법정 단위인 미터(m)와 킬로그램(㎏)과 함께 병행키로 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태료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시민 황정만씨는 “그 동안 정부가 법정제도는 정해 놓고 아무런 계도나 홍보 없이 방치하다가 사정이 급해지니 과태료 부과까지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수 십년간 사용해온 단위를 바꾸는 데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병행표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 및 계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아이디 ‘bluesky’를 쓰는 누리꾼은 “학교 교육과 공공기관의 모범적인 사용 실태를 통해 법정단위 사용을 강화해야지,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시민 입장과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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