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은 북한이 했지만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남한의 대북 지원, 그 중에서도 경협사업이다. 논란의 핵심은 현금 지원이다.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남한이 북한에 지원과 경협사업을 통해 현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금강산 관광 대가 쌀로 지불하자
미국은 철저한 역할 분담 원칙에 따라 라이스 국무장관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중점적으로 언급하였다.
앞서 도착한 힐 차관보는 경협사업의 대표선수 격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중에서 관광 대가로 현금이 지급되는 금강산 관광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또한 미 의회 조사국(CRS) 소속 연구원이 방한하여 대북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향후 경협사업의 총체적 문제점을 정리하여 미 의회에 보고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작성중인 것이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 북한은 남북한이 아닌 북미 양자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은 핵보유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레드라인(red-line)을 북한이 침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라는 표현으로 핵실험 자체의 의미를 희석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에 따른 부담은 앞으로 우리에게 고스란히 넘어올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회원국들의 7장 41조에 따른 이행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구성될 제재위원회는 3개월마다 각국의 이행리스트를 안보리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의 경협사업 역시 최우선적으로 점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사업의 대가로 지불하는 현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용되지 않았다는 증거 역시 제시하지 못하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보완책은 현금 지원을 대신할 방도를 모색해보자. 우선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불하는 1인당 30달러를 쌀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쌀은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도 안보리 결의안에도 저촉되지 않는 명백한 품목이다.
이 경우 현금 지원 논쟁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다만 30달러에 해당하는 쌀의 양이 국내와 북한과의 물가 차이로 인해 적어지는 만큼 지급량은 국내가격보다 4배 정도 저렴한 국제가격으로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개성공단 역시 임금직불제가 남북간 합의서에는 규정되어 있으나 이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 만큼 제도 시행이 시급하다. 근로자 1인당 월급 57.7달러를 기업의 사장이 직접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면 미국의 지적은 논리가 약해질 수 있다. 물론 근로자들이 임금을 수령하자마자 돌아서서 북측 당국에 반납하는 한이 있더라도 형식을 갖추는 것은 논란 방지에 필수적이다.
이외에 근로자들에게 남측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현금 대신에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역시 남북한 물가 차이가 있는 만큼 상품 가격을 다소 저렴하게 책정하여 북측 근로자가 구매할 수 있는 폭을 확대하여야 한다. 현금 지급을 막기 위해서 다소간의 협력기금 보조는 불가피하다.
● 개성공단 임금직불제 시행해야
우리 입장에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두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핵실험의 위기 속에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현행대로 유지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민족공조와 국제공조의 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각종 아이디어 제시를 통해 한미간의 갈등도 해소하면서 사업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 전략을 만들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현선ㆍ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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