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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차기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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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차기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입력
2006.10.2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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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과 유엔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회담 참여경험을 바탕으로 북핵 위기타개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긴장국면 타개를 위해 복안은.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메카니즘이 있는 만큼 유엔으로서는 기존 메카니즘을 보완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6자회담 참여 경험과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 등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한반도 담당 사무총장 특사 임명, 북한 방문 등을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은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봐가면서 6자회담 참가국, 안보리 이사국 등과 협의하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이 있을 경우 방북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먼저 방북을 요청할 의향은.

"방북 문제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한반도 담당 특사'는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격과 경륜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한국, 미국을 제외한 제3국 인물이 될 것이다."

-국제적인 보편적 가치 추구와 한반도 문제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입장과 유엔의 가치가 100% 같지는 않지만 같은 맥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인권에 대처하는 문제에 있어 약간 비판을 듣고 있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특수한 어려운 사정이 있다. 그럼에도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기준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우리 외교는 조용히 실현해야 할 외교정책 목표를 구호처럼 내세워 오히려 주변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은 높이 갖되 발은 땅을 디뎌야 한다. 뜻이 좋아도 급히 서둘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나는 리얼리스트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적응하는 게 (문제해결의) 빠른 길이다."

-최근 북한의 체제 위험도는 어떤 상태로 평가하나.

"단정하기 어렵다. 남북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냉전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핵실험처럼 더 큰 사안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처리해 나갈 폭이나 여건은 더 좋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도 글로벌시대에 예외 없이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유엔에서 한국의 역할과 의무가 어떤 방향으로 확대 되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유엔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선진 민주국가와 민주 지향국가간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회원국간 공감대를 도출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이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커진 만큼 현재 체납중인 유엔 분담금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 참여 증대, 공공개발 원조(ODA) 증액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공동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중동 문제 해결의 복안을 갖고 있나.

"중동 지역은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 및 레바논 사태, 이란 핵문제 등 난제가 산적한 지역이다.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세계평화와 안전 유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차기 사무총장으로서의 중동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어려움, 그리고 이 문제가 가지는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

유엔은 중동 평화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는데, 사무총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직한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다. 중동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이 지역의 지도자와 세계 주요 지도자들을 폭 넓게 만나면서 해결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려 한다."

-중동이나 한반도 문제를 다루다 보면 미국과 대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과 유엔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없이는 유엔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어려운 게 국제 현실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범세계적인 이슈들을 효율적으로 다루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유엔을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구로 개혁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무총장은 지역분쟁 문제를 다루어 나가는데 있어 관련 당사국들의 입장을 깊이 있게 파악해 정직한 중재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요 이해 당사국들과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이사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또한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유엔 북한 특별보고관과 일부 국제인권 NGO들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상황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자,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이런 상황에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10월13일 유엔 사무총장 수락 연설에서 앞으로 인류의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유엔 내 인권담당 주요 기구와 주요 인권협약기구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 개선방안을 계속 강구해 나갈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뭐라고 생각하나.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평화와 안전, 개발, 인권과 민주주의 등 유엔의 3대 핵심가치를 증진시키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러자면 우선 유엔 회원국들간 신뢰를 증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유엔의 임무는 결국 회원국들간 합의를 통해 도출되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의 캠페인 과정에서 '하모나이저(harmonizer)'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실 회원국간 이견이 오해나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무총장이 열린 마음과 귀를 가지고 회원국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고 이견을 조율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국제현안을 다룰 때 유엔의 문제점이 무엇이었으며, 차기 사무총장으로서 어떻게 개선해 나갈 생각인가.

"현재의 유엔은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엔 회원국, 유엔 사무국 그리고 유엔 시스템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유엔 사무국의 관료주의를 최소화하고 국제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개혁 조치들을 취하겠다.

현재의 유엔은 재원에 비해 너무 방만하게 많은 아젠다를 다루고 있다. 유엔이 수행하는 기능 가운데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를 찾아 내고 업무수행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유엔 회원국간 분열과 대립도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엔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게 회원국간 신뢰를 회복해 정치적 의지를 한데 모으는 것이다."

-'관운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공직 생활 중 최대고비는 언제였나.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운도 따랐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늘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려웠던 때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소위 ABM 사건(2001년 한ㆍ러 정상회담 합의문에 실무진의 실수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 조약의 보존과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장이 포함돼 한ㆍ미간 큰 파문이 일어난 사건)으로 불리는 문제로 인해 차관 직에서 물러났을 때, 그리고 김선일 사건을 겪으면서 아픔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 더욱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외교관을 꿈꾸는 청소년 및 후배 외교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 있어 외교의 중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교 일선에서 활동하는 외교관들의 소임은 그만큼 중요하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국가간 업무를 다루는 만큼 늘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또 아프리카 등 어려운 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외교관은 국가에 대한 높은 충성심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으로 무장해 있어야 한다."

정리=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사진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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