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한민국 경찰이 진갑을 맞는다. 그동안 경찰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영욕을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안정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한국 경찰은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빠르고 크게 성장한 경찰이 맞이한 61세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몇 마디 제언을 하고자 한다.
내가 경찰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자치경찰특별위원회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2~3개 동(洞)을 관할하는 지구대의 시설이나 예산은 일선 동사무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위치만 하더라도, 경찰서장은 서기관, 파출소장은 7급 대우에 그치고 있다. 수사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1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야근경찰들이 수두룩하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티어 오면서도 늑장 수사에 대한 비난,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경찰 수가 많다는 핀잔과 같은 억울한 소리만 듣는 형편이다. 왜 경찰이 많은 노고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면서 나름대로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일선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평가는 국민이 제일 먼저 대하는 접점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경찰의 일선조직은 지구대이기 때문에, 지구대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처럼 초라한 지구대는 경찰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지구대장과 대원들에게 인사상 혜택을 주고, 경찰관 수를 늘리는 동시에 지구대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대폭 늘려 웬만한 사건은 지구대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경찰들을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게 된다.
둘째는 개방과 경쟁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경찰은 업무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폐쇄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폐쇄성은 동시에 국민들의 사랑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듯이 일정 계급 이상을 고위공무원단으로 운영하는 방안, 일정 비율이상의 직위에 대한 공모제 도입과 같은 대안은 어떨까.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진급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 사회에 개방과 경쟁을 확산시키는 단계적인 개혁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셋째, 분권적 노력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다. 그렇지만 수사권을 더하기에는 현재 경찰이 갖고 있는 권한이 다소 많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대해진 집권화는 국민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스스로 분권에 대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지구대의 권한이 많아지는 분권형 경찰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고, 주민 밀접형 생활 중심의 자치경찰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래서 국가경찰은 강력범죄, 국가범죄를 전담하고 생활과 관련된 방범, 교통, 지역경비는 자치경찰이 맡는 분권 체제가 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여건이 마련될 때 경찰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항상 국민들의 곁에서 노력하고 개혁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은 깊이 감동하고 더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양영철 제주대 교수ㆍ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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