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우리말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수입차 점유율이 쑥쑥 올라가면서 국내에 진출한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차 사장과 이보 마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등 자동차 업계의 외국인 CEO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에 온 위르띠제 사장은 4월부터 매주 2시간씩 개인교사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임 당시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위르띠제 사장은 이제 가벼운 인사말을 하고 한글도 제법 읽는다.
위르띠제 사장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부임 초기 직원들과 방석에 앉아서 밥을 먹는 한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양반 다리가 익숙치 않아 쩔쩔 매면서도 끝까지 다리를 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 한국에 온 뒤 매주 2회 한국어 학원에서 공부를 해온 마울 사장은 5분 이상 걸리는 신차 발표회 연설도 직접 한국어로 할 정도다. 도미니크 보시 아우디 코리아 사장도 매일 아침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아 어지간한 신문과 잡지의 내용은 읽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주한미군 출신으로 약학 박사 출신의 한국인 부인과 살고 있는 그레고리 필립스 한국닛산 사장은 읽기 실력은 수준급이고 듣기도 잘한다. 말하기는 약간 서투르지만 한국인 직원들이 주고 받는 한국말은 60% 가량 알아 듣는다.
올해 초 부임한 한국토요타 치기라 타이조 사장도 한국어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매주 2~3회 오전에 서울 역삼동 본사 사무실로 개인강사를 초빙,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한글을 읽을 정도의 실력이며, 신차 발표회마다 연설문을 사전에 연습한 뒤 우리말로 연설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게 최근 부임한 외국인 CEO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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