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소강국면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유보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입장이 새롭지 않다고 한다. 북한은 6자회담에 나가면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6자회담과 제재는 별개의 문제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립의 핵심은 금융제재 문제이다.
지난 1년간 교착의 원인이었고, 현재 6자회담 재개의 출발이다. 금융제재는 6자회담에서 마치 목에 걸린 가시와 같다. 이 가시를 뽑아야 진정한 협상의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일 관계에서 납치 문제가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이끌어온 과정과 닮아 있다. 북한은 납치 문제와 관련,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의 발전을 위해 매듭을 짓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시인은 일본의 대중적 분노를 폭발시켰으며, 현재의 북한 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의혹을 양산하였다. 불신이 불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 과정이었다.
북한의 위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북한 외교관들이 위폐 거래에 연루된 객관적 사실이 있다. 위폐 생산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의혹도 있다. 금융제재의 출발이었던 BDA 은행의 북한 계좌들 역시 많은 의혹들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납치 문제의 학습효과를 통해, 과거의 행위에 대한 시인이 결국 불신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어떤가? 북한의 불법행위 문제는 애국법을 비롯한 법률적 차원의 문제이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금융제재 문제를 북미 양국의 정치적 관계로 보고 있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법률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사정이야 어떻던 해법의 출발은 이 문제가 실무적 수준에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은 우선적으로 BDA 계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이미 1년이 지났다. 정상적인 계좌는 풀어주고, 불법거래와 관련된 계좌는 공표하고, 확증은 없지만 의혹이 있는 계좌 역시 밝혀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최선을 다해 해명을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해명되는 부분보다는 의혹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미국은 선택해야 한다. 핵 문제의 해결인가? 아니면 북한의 불법행위 근절인가? 핵 문제는 당면한 문제이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도와 절차에 편입하는 과정은 장기간의 문제다.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핵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불법행위문제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에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부시 행정부가 핵 문제보다는 북한의 불법행위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금 위기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중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안한 소강국면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6자회담에 무조건 참가해야 금융제재 문제를 그나마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미국의 대북정책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든지, 길지 않은 외교적 해법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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