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별세한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오후 2시10분께 빈소를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더 사실 수 있는 나이인데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고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계실 때 야당 총재로 2번 만났다”며 “고인께 대통령 직선제를 하자고 말씀 드렸더니 ‘남미와 유럽의 제도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3시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장관이던 고인과 국사를 논하던 기억이 선하다”며 “고인은 중후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외교관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큰 공헌을 하셨다” 며 최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고인이 외무부 장관으로 계실 때 사무관으로 외교관의 첫 발을 내딛었다”며 “고인은 당시 젊은 외교관들이 사표(師表)로 삼고 싶은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반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 찾아 뵙지 못했다”며 “가족들 얘기로는 고인께서 사무총장 선출 사실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뻐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 전 대통령과 12ㆍ12쿠데타의 악연을 맺고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애도를 표했다. 21일부터 대구를 방문 중인 전 전 대통령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23일 상경, 최 전 대통령을 조문할 계획이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통령의 고향인 강원 원주시는 “큰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애통한 분위기 속에 잠겼다. 원주시민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시다 간 분이지만 평생을 청렴하게 사셔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할 만한 분”이라며 애도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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