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4개 대학이 외부에서 받는 연구비 중 12.9%를 독식하는 서울대가 연구비 관리면에서는 전체 대학 중 중위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진흥재단이 국회 교육위 이주호(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따르면 서울대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으로부터 연구비 2,371억원(2004년 기준)을 따냈다. 이는 2위 연세대와 3위 한국과학기술원이 받은 액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연구비 관리는 부실하다. 학진이 매년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연구비 지출과 관리의 투명성에 중점을 두고 실시하는 연구비 중앙관리 온라인 실태조사에서 서울대는 63위에 그쳤다. 특히 연구에 필요한 물품 구입과 지출에 대한 항목면에서 15점 만점에 8점을 받았다. 서울대는 2003년 조사에서는 공동 38위에 머물렀다.
더구나 지난해 황우석 박사와 공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이 있은 후 서울대는 ‘연구비 관리 전산 시스템 재구축’ 등을 통해 연구비 관리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다짐했지만 올해 6월 학진의 현장조사 결과,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연구비를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 신용카드로 쓰는 경우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됐고 연구에 쓰인 기자재 비품 도서에 대한 관리대장도 본부에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교수 30명은 연구비를 본래 목적이 아닌 개인 유흥비와 살림살이 장만에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연구비를 독식한다는 말을 듣는 서울대지만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며 “교수들 사이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문제의 공대 교수처럼 연구비를 유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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