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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20세기를 대표하는 21권의 지성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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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20세기를 대표하는 21권의 지성 '테오리아'

입력
2006.10.2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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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에어하르트 등 엮음ㆍ김홍진 옮김 / 개마고원 발행ㆍ2만8,000원

지난 세기 말,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독일어문학연구소는 야심찬 기획 강의를 개설한다. ‘세기의 책-20세기의 이론들’이다. 한 세기 인류 지성의 두드러진 성취들을 한 자리에서 훑겠다는 이 매혹적인 시도로 태어난 책이 ‘20세기를 대표하는 21권의 책’이라는 부제를 단 <테오리아ㆍtheorai> 다.

기획자들이 ‘20세기의 이론’을 선정하며 내건 기준은 특정 이론과 사유의 방향을 구현하면서, 그 영향력이 세기를 넘어 지속될 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교적 쉬운 선택 대상이었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 보부아르의 <제2의성> 등이 뽑혔고, 가까이로는 부르디외의 <실천이론 연구> , 하버마스의 <소통행위이론> 등이 포함됐다.

기획처럼 책은, 17세기 근대과학의 성립 이후 탈(脫)형이상학, 실증주의의 바통을 이어 구축된 지난 세기 서구 지성사의 굵은 뼈대들을 아우른다. 해당 이론의 전공 학자들은 지난 세기의 가장 ‘난해한 책’이라고 부제를 바꿔달아도 좋을 이 이론들을 단순히 요약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론들이 거느린 앞뒤좌우의 무시할 수 없는 지적 성채들을 아울러 소개한다. 예컨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비판이론(계몽의 변증법)을 설명하면서 비판철학의 대선배들인 마르크스와 니체를 우회하지 않으며, 문화의 고리를 통해 비판이론의 아성을 흔든 발터 벤야민을 외면하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세포를 관찰하면서도 유기체 전체의 실루엣을 놓치지 않는 이 한 권의 책으로 하여, 지난 세기와 막 시작한 이 세기의 지성사의 흐름을 조금은 여유를 갖고 관조할 수 있게 됐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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