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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둠스 데이 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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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둠스 데이 클락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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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시간에 대한 자아가 싹텄을 시기였던가 보다. 외딴 시골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우주와 나'를 설명해 주었던 비유를 잊지 못한다. "우주를 세상이라고 치자. 지구는 모기의 눈물만한 크기가 될 것이다. 지구가 우리 마을이라면 여러분이나 나는 개미의 발톱만하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1969년 달에 착륙한 인간의 모습을 흑백TV로 보았을 때 '모기 눈물만한 지구 속에 있는 개미의 발톱'이란 말을 생각하며 놀랐다. 시간에 대해선 "달력으로 치면 우리는 12월31일 밤을 지내고 있다"고 했던 설명을 기억하고 있었다.

■ '12월31일 밤'의 의미는 한참 뒤에 알았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수백만년짜리 인생'을 꿈으로 남겼음도 알았다. 지구의 생성을 46억년 전으로 보는 통설(?)에 따라 달력과 시간을 계산(지구년ㆍEarth-Year)하면 하루는 1,200만년이다.

인류가 출현(진화론적 가설)한 300만년 전은 12월31일 오후6시. 쥬라기 공원의 시작은 밤 11시8분47초, 원인류의 출현은 밤 11시59분22초가 된다. 지금 모습의 현대인은 59분59초81에야 등장한다. 인간의 달 착륙은 59분 59초99. 현대인이 0.01초를 살면서 365일짜리 지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경고다.

■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던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태평양전쟁 직후인 1947년부터 핵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격주로 회보(bulletin)를 펴냈다.

창간 때부터 표지에 인류의 종말(Dooms day)을 밤 12시로 가정한 시계(Dooms day Clock)를 그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됐던 직후 당시 시계는 '7분 전'이었다.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을 때의 '2분 전'이 최악 상황이었고, 1991년 미ㆍ러 전략무기감축협상이 성공하자 '17분 전'까지 물러났다. 1998년 6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은 '9분 전'으로 만들었다.

■ 시카고대학 핵과학자협회 사무실 앞에는 이 시계의 모형이 걸려 있는데 회보 발표에 따라 그 동안 17번 수정됐다. 2002년 2월에 '7분 전'으로 수정된 것이 17번째다. 9ㆍ11테러와 미국의 일방적 외교정책, 세계 테러단체의 핵무기 구입 시도 등이 인류의 종말에 2분 더 다가선 이유였다.

최근 북핵사태가 '18번째 수정'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0월9일의 실험만으로는 시계를 수정할 수 없다는 게 현지 핵과학자들의 견해인 듯 하다. '개미의 발톱'이며 '0.01초'의 존재가 우주와 영원을 재단할 순 없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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