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국에 ‘계륵’이 될 것인가. 최근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폭력사태를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합동보안 계획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이라크의 제2의 베트남’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0일 미국이 바그다드에 수천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의 합동작전 ‘다 함께 앞으로’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라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인 윌리엄 클래드웰 소장은 “지난달 말 이후 바그다드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22%나 증가했다. 주요지역에서 차이가 있지만 ‘다 함께 앞으로’ 작전은 전반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10월 들어 현재까지 미군 병사 73명이 사망하는 등 이번 달은 이라크 주둔 2년 만에 최악의 달이 될 것으로 그는 우려했다. 민간인도 하루 평균 43명이 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사태가 날로 거세지자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전이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8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폭력사태 증가를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의‘구정 대공세’와 비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맞는 비유일 수 있다”고 인정, 논란에 불을 질렀다. 1968년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는 미국 내의 반전여론을 확산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었다.
백악관은 논란이 확산하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과 민주당이 정쟁거리로 물고 늘어지자 “추호의 의심도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이기겠다는 결의에 찬 대통령을 가졌기 때문에 승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베트남전 당시와 비슷한 현상이 이라크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P 통신은 “미국과 이라크 정부간에 최근 전쟁 수행의 구체적인 전술을 놓고 이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우르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취임 때 국민화합책 중 하나로 제시한 수니파 저항세력 사면안은 당시 미국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으나 최근 미 정부는 반대로 이라크 정부에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이라크 의회가 18개 주가 종교나 인종에 따라 자치지역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입법조치를 미 정부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참다 못한 호시야르 자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례적으로 “미국이 이라크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 내에서도 알 말리키 총리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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