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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등 입안 참여 청소년들 따끔한 목소리/ "청소년 없는 청소년 정책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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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등 입안 참여 청소년들 따끔한 목소리/ "청소년 없는 청소년 정책 이제 그만"

입력
2006.10.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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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을 짠다는 사람들이 학교 자율학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나 하나요.”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자문위원인 신이나(17ㆍ광주 조대여고2)양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고 야무지게 전하는 ‘학생 대표선수다’다. 교수와 교육전문가,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교육혁신위의 막내인 신양은 “내 손으로 정부 정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당당히 자기의 주장을 펴고 있다.

매달 한차례 서울에 올라와 어른 위원들과 회의하는 신양은 교내 진로교육에 대한 안건이 논의됐을 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진학상담은 온통 성적에 관한 이야기뿐인데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겠냐”며 ‘현실’을 지적했다.

신양처럼 청소년 정책을 입안·실행하는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청소년 정책은 ‘어른들의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마냥 외면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이들은 입시에 짓눌려 파리해진 모습의 여느 청소년들과 달리 공부뿐 아니라 ‘나와 친구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서울시 청소년위원회의 의장인 윤 지(17ㆍ영등포여고 2년)양은 요즘 하반기 정책제안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윤양은 “다음달 오세훈 시장 앞에서 훌륭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자료 정리와 토론 준비 등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양을 비롯한 30명의 청소년 위원들이 서울시에 제안한 정책 중에는 청소년증 활성화 방안이 눈에 띈다. “청소년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더니 ‘너 학생 아냐? 놀아?’라는 반응이더라고요. 이렇게 무시당하는데 누가 받고 싶겠어요?” 청소년위는 학생증과 청소년증을 통합하고 각종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호용(19ㆍ경북대 경제통상학부 1년)군은 국가청소년위원회 자문기구인 청소년참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중ㆍ고ㆍ대학생인 20명의 위원들은 각자의 눈높이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청소년 상담·구조전화인 1388을 어떻게 홍보할 것이냐는 안건에 대한 자문에는 “공부하기 싫을 때 눈에 띄도록 문제집에 번호를 넣자”는 말랑한 제안부터 “1388로 상담한 청소년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토록 방송사와 협의하자”는 묵직한 제안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사회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대부분 우연하고 단순하다. 윤양은 “예전에는 장애 청소년이나 ‘노는’ 아이들을 피하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이들이 여리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매달 하루 결석을 감수해야 하는 신양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 1,2등 하는 것도 좋지만 교육혁신위 참여는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공부”라고 자랑했다. 정군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주 접해 슬프기도 하지만 이 나라에 나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기회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16개 시·도에서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정책을 연구, 보고하면 정부가 이를 반영하는 청소년특별회의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열렸으며 제2회 특별회의는 26~2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104명의 청소년과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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