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철군을 포함한 전략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22일 부시 대통령이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탈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내 미군의 사상자가 늘어나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압력에 직면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순차적으로 빠져 나오는 ‘극적인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도 이라크 치안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정부에게 전담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계획안을 이미 확정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실제로 조지 케이시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관은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 직후 참모들을 긴급 소집해 새로운 전략 변화에 대비, 이라크 상황을 면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이라크 종파들의 민병대 무장해제와 여타 정치ㆍ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표를 올 연말까지 말리키 총리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22일 전했다. 케이시 사령관과 자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 대사가 주도한 이 계획안은 미군의 이라크 전략 변화를 의미한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치안 책임을 이라크 정부에 넘긴 뒤 병력을 철수시킬 것인지 등 세부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부시 대통령도 20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10월 들어 미군 사망자가 78명으로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월간 최다를 기록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라크에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계속해서 수정해가고 있지만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사령관, 케이시 사령관과 함께 이라크 사태를 논의했다. 회의에는 특히 케이시 사령관과 칼릴자드 대사가 화상통신으로 참여, 미군의 이라크 전략에 큰 변화가 논의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술을 분석하고 이라크전 승리를 위한 전략적 대안을 찾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회의를 이라크전 전략의 전면 수정이 아니라 전술적 변화 모색을 위한 논의의 일부로 규정, 언론들의 전략 변화 보도를 부인했다. 부시 대통령도 주례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의 임무가 완수되기 전에는 결코 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근동국 외교담당 국장은 미국 이라크 정책의 실책을 일부 인정했다. 페르난데스 국장은 21일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에서서 ‘거만함(arrogance)’과 ‘어리석음(stupidity)’을 보여줬다”고 말해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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