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키 다카시 지음ㆍ김영주 옮김 / 해나무 발행ㆍ9,500원
독약(毒藥)은 인류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그리스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올해 한국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운 영화 <괴물> 에서 볼 수 있듯이 독약은 극적 소재로 애용된다. 독약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인간의 감춰진 욕망과 잔인함, 사악함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극소량에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독약에는 누군가를 조용히 죽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은밀한 유혹이 존재한다. 괴물>
독약을 사용할 때 상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 역시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인지 독약을 음식물에 섞거나, 접촉을 통해 피부에 전달하거나, 기체 상태로 분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고안된 것인지도 모른다. 고대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의 어머니 파리사티스는 며느리를 죽일 때 한쪽에만 독을 발라 놓은 칼을 사용했다. 며느리와 같이 식사하면서 자신은 독이 없는 쪽을 사용해 음식을 먹고, 며느리에게는 독이 묻은 쪽으로 음식을 잘라 건네 줌으로써 완벽한 독살극을 연출했다. 또 카를로스 대제의 아들인 오스트리아의 돈 후안은 속옷에 발라 둔 독약에 피살됐고,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여왕 마고> 에서는 왕위 계승자인 샤를9세가 ‘아비산’이라는 독을 묻힌 책을 읽다가 독살 당했다. 여왕>
키르케의 독초, 페스트와 독약에 얽힌 사연, 나폴레옹 독살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살인광시대> , 옴진리교와 사린 가스 등 저자는 신화, 역사서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까지 모든 종류의 독약을 소개한다. 책에 실린 독약에 관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만 책이 말하는 인간의 욕망을 떠올리면 결코 가볍지 않다. 살인광시대>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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