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수도권지역의 집값 꿈틀거림이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과이익환수법 시행 등 각종 규제로 꽁꽁 묶인 강남 재건축 단지가 한달 새 1억원 이상씩 오르며 초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의 ‘변두리’였던 강북과 수도권 외곽 소형 아파트까지 오름세를 보이며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결정판으로 내세운 ‘8ㆍ31 대책’과 ‘3ㆍ30’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올 하반기 세금 회피 매물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크게 빗나가는 모습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 이후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이란 예상도 비켜가고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집값 오름세는 그 동안 상승세가 미약했던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집값 불안의 불씨가 강남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 ▦전셋값 상승 ▦고분양가 도미노 현상 ▦뉴타운과 도심재정비사업 등 잇단 강북 개발 호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예컨대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E그린타운 2차 49평형은 지난 달 4억9,000만원에서 3,000만원 오른 5억2,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고, 구리 토평지구 아파트들은 9월 이후 평형별로 1억~1억5,000만원이 뛰었다.
그 동안 3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가 집값 상승세를 끌어 왔다면 최근에는 20평대 소형 아파트가 오름세를 이끌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신도시 20평형대 아파트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세난으로 인해 소형 아파트 매매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한동안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30평형대를 추월했다.
실제로 스피드뱅크 조사 결과, 산본 신도시에서는 9월 한 달간 20평형대 아파트값이 3.96%나 올라 30평형대 상승률(1.65%)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산본동 삼성아파트 20평형의 경우 추석 전 2억6,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3억2,000만∼3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비강남권의 상승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각종 규제로 꽁꽁 묶인 강남권 재건축 시장까지 들쑤시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106개 단지 9만3,399가구의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81.37%인 7만5,996가구가 3ㆍ30대책 직전 보다 시세가 높아졌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서초구 반포동 미주 28평형은 3월 말 보다 무려 2억7,000만원이 오른 9억2,000만~9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 62평형도 같은 기간 14억5,000만~15억원에서 16억원까지 치솟았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4평형은 3ㆍ30대책 직후 가격이 1억원 정도 떨어졌지만 최근 11억~11억5,000만원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이 같은 열기는 지방으로 확산돼 지방 미분양 아파트도 줄어들고 있다. 충남 아산의 경우 아산 신도시 첫 분양이 이 달 말로 다가오면서 주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GS건설이 분양중인 아산 배방1차 자이(1,875가구)도 거의 팔렸고, 인근에서 대우건설이 5월 분양한 427가구도 초기 20~30%에 그쳤던 계약률이 최근 50% 이상까지 올라섰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팀장은 “3ㆍ30대책과 버블세븐 논란 이후 주춤했던 집값이 판교, 파주, 은평 등의 고분양가를 계기로 상승하고 있다”며 “강북발 상승세가 강남을 자극하고, 강남발 시장 불안이 다시 재연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경우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반시장적인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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