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고자 한 진의가 무엇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중국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과 만나 2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 복귀에 대해서도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보낸 메시지의 최종 수신자인 미국측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동북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오른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핵실험 중단 등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외교부와 통일부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북중 사이에 오고 간 얘기의 전후맥락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진의를 분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위협성 설득에 의해서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서였든 협상테이블 복귀에 진전된 자세를 보였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할 테니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금융제재를 해제하라"고 제의했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태도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중재자 입장인 중국에 의해서 북한의 메시지가 희망적인 방향으로 포장됐을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대화와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핵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작은 몸짓이라도 적극 살려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이런저런 전제조건을 단 북한의 제의가 국제사회의 압력을 회피하려는 책략이며 따라서 유엔안보리 결의에 입각한 제재 강화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압박 강화로 초래될 긴장 고조가 미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도 자신들의 진의를 보다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전제를 달아 모호한 신호를 보내면 혼란만 부추길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과 미국은 더 이상 소모적인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협상테이블로 나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