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어제 제주도에서 개막됐다. 사실상 협정타결 여부를 가름할 12월 5차 협상의 전초전 격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비상한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주요 의제를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에 경제적 상호주의 잣대 외에 정치ㆍ안보적 고려가 알게 모르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일각에서는 '안보 연계론' 논란마저 제기되는 실정인 까닭이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이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주장해온 우리측 요구가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미국 언론들도 공공연히 "한국이 개성공단 문제 등에 매달려 미국과 계속 어긋난 방향으로 나갈 경우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거들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관계자들 역시 "한미 FTA가 동맹관계에 크게 기여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막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담보장치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협상이 원활하게 진전되면 장단기적 경제적 효과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외교안보적 장치를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은 사실이고, 금이 간 한미동맹의 복원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물적 기반과 순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중대한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선후를 뒤바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엄정한 경제적 이해판단에 따른 협상의 원칙과 틀을 지켜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제정치의 무대로 올라가버린 개성공단 문제도 원칙으로 고집하긴 힘들지만 유용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섣불리 포기할 카드는 아니다.
4차 협상은 북핵 리스크를 안고있는 우리측이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측 입장에서 농산물ㆍ섬유 등 핵심 의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 3차례의 협상에서 도출된 상품개방 양허안과 서비스ㆍ투자 유보안의 골격을 마련하는 '가지치기'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한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협상팀이 초심을 잃지 말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아울러 반FTA 세력의 시위가 정당한 의견표출을 넘어 과도한 이념ㆍ선전전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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