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23일부터 닷새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협상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상 인정이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미국측이 다음달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표심을 의식한 파상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어 이번 협상은 전체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개성공단 등 자칫 판을 깰 수 있는 민감한 현안보다는 12월로 예정된 마지막 협상(5차)의 주고받기식‘빅딜’을 하기 위한 사전 절충에 역량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딜 위한 ‘가지치기’ 작업 본격화
일단 한미 양국은 핵심쟁점 외에 이견이 크지 않고, 타협이 가능한 분야부터‘가지치기’식으로 합의를 도출해, 5차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은 특히 상품 관세 양허안의 골격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22일 “이번 4차 협상은 관세 개방안, 특히 공산품 개방안의 골격을 마련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전체 협상의 진전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비스ㆍ투자 분야에서는 미국이 전달한 개방 유보안 및 관심분야를 파악하고 수용 여부를 점검하며 핵심쟁점을 제외한 이견 분야에 대해 집중 협상할 전망이다.
농산물ㆍ섬유 빅딜 숨 고르기
농업과 섬유분야는 한미 양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만큼 4차 협상에서도 최대쟁점이다. 한국측으로서는 이번 협상에서 그 동안 협상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쌀과 축산물, 과실ㆍ채소류 등 민감품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농산물 개방틀은 한국측이‘즉시-5년-10년-15년-기타’ 등 5단계 안을 내놓은 반면 미국은 ‘즉시-2년-5년-7년-10년’으로 같은 5단계를 제시한 상태다. 섬유분야는 한국측에서‘즉시-3년-5년’등 3단계로 미국을 압박하는 반면 미국은‘즉시-3년-5년-10년-기타’등 5단계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은 상대국 개방틀을 단축시키거나 특정 품목의 개방시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국측은 농업 분과 협상 대상인 1,531개 품목중 284개 품목을 기타로 분류했으나 미국측의 반발로 이를 완화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반면 미국은 섬유 분야에서 대부분의 민감품목을 10년이상 관세철폐 품목으로 분류했다가 100여개 품목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단축한 수정안을 냈으나 또 다시 수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양국은 농산물ㆍ섬유 분야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로 이번 협상을 통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과 대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연말 시한에 쫓기는 무역구제 협상
무역구제 분과의 경우 미국측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 협상에서 한국은 반덤핑 조치 발동요건 강화 및 발동수준 약화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한국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법 규정상 무역구제 관련 조항의 개정은 연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측으로서는 이번 협상이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의약품 분과에서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연내 시행을 앞두고 국산 의약품 제조시설기준의 양국간 상호인정 문제 등이 논의된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미국이 출판물 저작권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고, 인터넷물의 일시적 복제, 기술적 보호조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이 배기량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자동차 세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귀포=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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