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남 프라이빗뱅킹(PB)센터 권총강도 사건의 용의자가 범행 이틀 만인 22일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오후 5시께 경기 안양시 관양동 A호텔에서 용의자 정모(2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행에 쓴 권총과 실탄 20발, 은행에서 빼앗은 현금 1억500만원 중 9,500만원을 압수했으며 23일 특수강도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권총에는 실탄 3발이 장전된 상태였으며, 정씨는 가짜 신분증 발급에 500만원 등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특히“PB센터가 일반객장과 달리 사람이 적고 소수 고객만 관리해 (범행 하기에) 안전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혀, PB센터의 경비 부실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범행 동기와 검거 과정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 중인 전과 8범의 정씨는 유흥비를 마련하고 빚을 갚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열흘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임종도 못하고 장례식에도 가지못해‘인간으로서 못할 짓’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며“자살하려고 권총을 훔쳤지만‘돈많은 은행을 털어 정착하는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범행용으로 산 선불 휴대폰과 애인이 무심코 남긴 컴퓨터 로그인 기록 때문에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정씨가 총기 절도 당시 남긴 명함에서 선불 휴대폰 번호를 확보, 이를 역추적해 정씨가 송파구 M호텔에 장기투숙했음을 확인했다. 이어 M호텔내 컴퓨터 로그인기록 등을 조사해 정씨의 애인 이모씨의 신원을 알아낸 뒤 휴대폰 발신지추적 등을 통해 정씨까지 검거했다.
철저한 계획과 수사 방향경찰은 정씨가 총기 입수부터 범행장소 선정까지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7,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실내 사격장을 3번 방문해 대기업 광고회사 명함을 내밀며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제의했고, 18일 밤 사진 촬영용이라며 권총과 실탄을 진열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챙겨 달아났다.
경찰은“권총탈취 후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은행 강남PB센터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라는 정씨의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씨가 가짜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550만원을 쓴점에서범행 뒤 신분 세탁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공범이나 은행내부자의 공모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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