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배당은 시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연말에 일회성으로 스쳐가는 이벤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배당이 괄시를 받았던 이유는 간단한데, 우선 배당률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연간 배당 수익률이 1% 정도에 그쳐 성공적으로 배당을 확보했다 해도 주가가 하락하면 그 효과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금리도 배당 투자에 치명적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금리가 두 자리수여서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10% 이상의 확정부 금리가 제시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1~2%의 배당 수익에 만족할 투자자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많은 투자자들이 배당에 신경을 써 과거에는 연말에나 한번 주목 받던 배당 관련주가 이제는 연중 내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채권관련 상품의 세후 수익률이 3%대에 지나지 않아, 배당의 매력이 상당히 높아졌다. 종목에 따라 금리보다 훨씬 높은 배당을 주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 주가 상승 시 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배당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질 수밖에 없어졌다.
둘째, 배당에 임하는 기업의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 우리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형태로 성장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배당을 할 수 있는 재원인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나마 발생한 이익도 배당보다 다시 투자에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주 중심의 경영이 정착된 데다, 기업의 내부 유보가 커져 배당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과거에 배당을 많이 줬던 기업은 공통적으로 실적이 안정적이었다. 이런 기업들은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어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위험에 대비하여 자금을 비축할 필요성이 없다. 이런 점이 현금배당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우는 부분인데 연말이 가까워진 지금 이런 기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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