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먹는 샘물) 시장을 잡아라.
국내 대기업들이 3,500억원 대에 달하는 생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웰빙 열풍과 함께 좋은 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 생수의 브랜드화 성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수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는 여성층이 늘어나면서 질보다 제품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생수 판매업체는 전국적으로 80여 개에 달하지만 진로, 하이트, 농심, 롯데, 동원, 풀무원 등 일부 대기업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시장 규모는 3,200억원 대였지만 올해는 3,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수시장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하이트ㆍ진로의 '석수와퓨리스'이다. 지난 해 기업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한 몸이 된 하이트ㆍ진로는 올해 6월 별개의 회사로 운영되던 석수(진로)와 퓨리스(하이트)를 통합, 석수와퓨리스라는 브랜드로 재탄생 했다.
업계 4,5위군을 유지하던 두 회사는 법인통합을 통해 시장점유율 16.2%로 높이며 기존 업계 1위 동원과 2 삼다수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석수와퓨리스는 가정이나 직장으로 배달되는 18.9ℓ짜리 대형통 시장을 제외한 페트병에 담긴 생수시장만으로 볼 때는 농심 '삼다수', 롯데칠성 '아이시스', 해태음료 '빼어날 수'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하이트ㆍ진로는 상위업체 몇 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경쟁 체제에서 분리운영보다는 두 회사의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브랜드를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전략이다.
석수와퓨리스 관계자는 "먹는 물을 품질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판매시장을 늘려가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통합했다"고 말했다.
평창샘물을 판매하는 해태음료도 변신에 나섰다. 메이저 업체들 중 유일하게 자체 샘물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해태음료는 특정지역의 이미지를 가지고는 장기적인 성장브랜드로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올해 초 '빼어날 수'로 이름을 변경했다. 특정 지명보다는 자체 브랜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태음료 관계자는 "빼어난 물맛과 품질을 강조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은 결과 지난 해보다 2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생수 시장이 커져 가는 만큼 브랜드 전쟁도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풀무원샘물은 브랜드의 고급화에 주력하는 케이스이다. 칼슘 및 미네랄을 함유한 '풀무원 워터라인'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생수통을 손에 쥐기 쉽게 제작하는 한편, 밝은 산호 색상을 도입한 디자인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워터라인은 소비자들이 생수를 청량음료의 대체품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며 "마시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한편 가격도 일반 생수보다 20~30% 높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생수가 포장판매 되면서 물맛보다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며 "에비앙 하면 고급 생수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듯 국내 업체들도 자사 제품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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