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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노벨평화상'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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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노벨평화상'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입력
2006.10.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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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66) 박사가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18일 방한했다. 방글라데시의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1974년 열심히 일해도 고리채에 시달리느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 주민 42명에게 27달러를 꿔준 것을 계기로 무담보소액대출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만들었다.

그라민은행의 소액대출제도는 다른 나라로도 번져나가 전 세계 37개국에서 1억가구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신나는조합이 2000년부터 활동 중이다. 그라민은행은 대출뿐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갖가지 사업을 벌여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회사를 갖고 있다. 유누스 박사가 언제나 입고 다니는 개량 방글라데시 옷도 그라민기업에서 만든 것이다. 19일 오후 그를 따라다니며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_그라민은행의 근본정신은 무엇인가.

“우리는 가난을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가난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자 정책의 문제이고 개념의 문제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한테 자선을 베풀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그 돈을 꿔주자는 것이다.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선에는 반대한다. 무조건적으로 생계를 지원하는 복지체계도 반대한다. 스스로 일어설 방법을 일깨우지 않고 돈만 주는 방식으로는 수억달러를 들여도 빈곤을 퇴치할 수 없다. 그라민은행은 대출을 요청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대출해준다. 그사람의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뒤쳐져서는 안된다’‘누구도 거부하지 않는다’가그라민의 정신이다. 빈곤층의 모든 수준에 있는 사람에게 소액무담보대출을 해주어야 한다.”

_그러나 실제로는 노숙자처럼 스스로 살려는 의욕이나 의지가 없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의지를 북돋아주면 된다. 살려는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그라민은행에서는 거지들을 위한‘스트러글링프로그램’도있다. 방글라데시에는 쌀을 구걸하러 다니는 거지들이 많다. 그렇게 구한 쌀로 가족에게 밥을 해먹이는 주부들이다.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들이다. 이들의 사연을 조사해봤다. 부모세대가 그래서, 구걸밖에 몰라서, 이미 3대째 구걸 중이기도 했다. 어차피 구걸하러 다니니까 장난감 사탕 과자를 들고 다니면서 팔아보라고 권유했다. 이게 맞으면 사업을 하는 게 되니까. 처음에는 3,000명에서 4,000명을 예상했는데 현재 8만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자활에 참여했다.”

_노벨평화상 수상발표 후 상금으로 안과병원과 저가식품회사를 차릴 예정이라고 외신에 밝혔다. 이미 이동통신사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라민기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 기업을 만든다.‘ 소시얼비즈니스’라고 부르고 지역 곳곳에 이 같은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한‘소시얼비즈니스센터’를 두고 있다. 보통 가난한 사람은 직업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기업에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념이 잘못됐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가난하고 취직이 아니라 돈을 벌수있는 일자리를 만들면된다. 그것이 그라민기업의 출발이다. 우리가 주로 맡는 것은 그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다. 탁아시설이나 청소업체같은 것도 맡는다. 이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도 만들었다. 수익을 내기 위한 펀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수익을 나눠주기 위한 소시얼펀드이다. 궁극적으로는소시얼월스트리트가 생겨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동통신사는 유럽의 이동통신회사와 손잡고 시작했다. 방글라데시가 1997년부터 무선통신사업권을 허가해준다고 하길래 이동통신사업권을 따내서 농촌지역에 전화서비스를 해주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시 방글라데시 인구는 1억4,500만명인데 도시에만 전화가 50만대 정도 있었다. 그래서 그라민폰이라는 이동통신사를 만들었다. 도시농촌지역 간 이동통신서비스를 한 결과 9년만에 전국에 1,600만대의 가입자들이 생겼다. 그냥 가입자가는것이 아니라 그라민은행의 회원들이 대출받은 돈으로 휴대전화를 사서 농촌으로 가서 농촌에 꼭 필요한 통신을 하게 하고 그걸로 돈을 번다. 이런 사람을 텔리폰레이디라고 부르는데 현재 25만명이다. 그라민폰의 매출 17%가 텔리폰레이디에서 나온다. 사업으로도 이익이 높아서 방글라데시에서 세금을 두번째로 많이 낸다. 프랑스의 다국적 유제품 회사인 다농그룹과 손잡고 만들‘그라민방글라데시 다농그룹’은 빈곤층 어린이를 위한 강화요구르트를 만들 것이다. 그라민도 다농도 이익을 취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영양식보급과 일자리를 만드는데 힘쓸 예정이다. 한국기업도 합작투자를 환영한다.”

_선진국과 최빈국에 그라민은행은 다 있다. 나라마다 그라민은행의 적용도 달라져야 하는가.

“부자나라도 가난한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은 똑같다. 그라민은행은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어서 자활하게 했다. 이 원칙은 어느 나라에나 다 통용된다. 다만 사회적 일자리는 그 지역에서 무엇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것을 찾아내야 한다. 한가지 방법이 안되면 다른 방법을 꾸준히 시도하면서 자활까지 작동이 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그 지역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_한국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조언한다면.

“지역마다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조언이 힘들다. 돈만 주고 나몰라라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활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가난이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나 시민, 기업, 비정부기구 등 모든 구성원이 나서야 한다.”

_북한에도 그라민은행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시도해보겠는가.

“북한에도 가난한 사람이 있고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라민 방식을 도입할수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해서 전 세계의 미움을 산다는 문제가 있다. 핵무기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절대로 개발해서는 안된다. 그래도 북한주민을 돕는 방법은 찾아보고 싶다.”

_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면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요즘은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발달로 모든 사람이 모든것을 안다. 텔레비전을 통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도처에 넘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욕구를 갖게 되고 필요이상으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방글라데시는 85%가 시골에 사는데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없으니까 그런 문제로부터는 자유롭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심하고 많은 사람이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절대빈곤에 시달리거나 빈부격차가 심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 이것을 기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 그라민 한국지부 신나는조합 본보, 2003년부터 지원

한국일보는 2003년‘한국일보 이주일 기금’(3,000만원)을 만들어서 신나는조합의 무담보대출을 지원해왔다. 이주일 기금은 2002년 3월 18일부터 7월14일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코미디언 고 이주일(1940~2002)씨의 회고록‘나의 이력서’를 책으로 펴낸 수익금으로 마련됐다.

19일 낮 1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나는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활동가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만난 유누스씨는 한국일보가 한 일은“정말 멋진 일”이라며 어린이처럼 기뻐했다. 그는 이날 신나는조합의 활동을 격려하면서 자활공동체 단체가 만든 비빔밥 도시락을 맛있게 비웠다.

■ 무하마드 유누스… 서울평화상 수상 "큰 영예 감사"

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인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6) 그라민은행 총재가 19일 제8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로 상징되는 그라민 은행 총재인 유누스 박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철승 서울평화상 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상장과 상패, 상금 20만 달러를 받았다. 유누스 박사는 빈곤 타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전세계에 확산해 많은 빈민들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준 업적을 인정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부인 아프로지 여사와 함께 시상식에 나온 유누스 박사는 “환상적인 날이다. 이처럼 큰 영예를 줘 깊이 감사한다”며 “이 상은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소외계층의 빈곤 극복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88 서울올림픽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90년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2년 마다 한 번씩 인류화합과 세계평화에 기여한 인사를 수상자로 선정해왔다. 유누스 박사는 20일 오전 외신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3시에는 이화여대에서 강연회를 하는 등 일정을 소화한 뒤 21일 오전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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