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리는 화가 박영남(57)의 신작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붓고 손으로 물감을 문지른다. 아크릴 물감은 금방 마르기 때문에 굳기 전에 재빨리 그려야 한다. 순간의 직관적 몸짓으로 구성한 화면인데도, 지적이고 엄격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그는 자연을 선과 색채의 기하학적 추상으로 용해한다. 보이는 건 삼각형, 사각형,수평, 수직, 대각선 등 추상적 요소 뿐인데도, 그는 자신을 풍경 화가라고 소개한다.
“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작업을 시작하나 끝날 때가 되면 색채만 남는다. 나는‘색채는곧 형태’ 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굳이 자연을 묘사하지 않아도 색채는 덩어리가 캔버스에 발라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자연의 형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을<하늘에 그려본 풍경> 으로 붙인 것도 그 까닭에서다.”(작가 노트에서)전시에는 대작들을 내놨다. 미술사학자 정영목은“서정적이거나 시적인 느낌의 자율성이 강했던 예전 작품들과 달리 이번 전시작들은 장엄한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라며“조형의 세계를 관조하는 무게감마저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늘에>
이들 근작과 함께 초등학교 시절 연필과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과, 이번에 처음시도해본 스테인드글래스 작품도 선보인다. 인물, 풍경, 정물 등을 그린 어린 시절그림은 선과 색채가 예사롭지 않다. 스테인드글래스 작품 Big Apple>은 푸른 색면의 상쾌한 변주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02)3217-109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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