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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號' 3년… 좌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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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號' 3년… 좌절은 없다

입력
2006.10.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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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주년(21일)을 앞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마음은 착잡하다.

기업경영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평범하다면 평범한 ‘총수(고 정몽헌 회장)의 아내’에서, 하루 아침에 난파직전의 ‘현대호’ 선장으로 승선한 현 회장은 지난 3년간 두 차례의 경영권 분쟁과 김윤규 전 부회장의 사퇴 파문 등을 이겨냈고, 그룹 경영마저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시켰다. ‘과연 주부 출신 경영인이 맞나?’란 얘기가 나올 만큼, 전문 경영인들조차 깜짝 놀랄 만큼, 뚝심과 판단력도 과시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 경협사업이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현 회장은 또다시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핵의 외부변수를 제외한다면 현 회장의 3년에 대한 평가는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냉철한 경영으로 취임 2년만에 전 계열사를 흑자 반열에 올려 놓았다. 현대그룹의 지난해 매출 6조9,700억원으로 2003년보다 28% 증가했으며, 영업손익도 2003년 2,600억원 적자에서 작년에는 7,8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대북사업 쪽에서도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 김윤규 전 부회장 파동 당시 현 회장은 북측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윤리경영 원칙을 끝내 관철함으로써 ‘밀실’ 냄새가 짙었던 대북 경협사업을 질적으로 진일보 시켰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현 회장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금강산관광 사업이 존폐의 도마에 오르면서, 대북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현대아산 매출액(2005년)은 2,350억원으로 현대그룹내 최대계열사인 현대상선(매출액 4조8,450억원)의 20분의1에 불과하지만, 대북사업은 매출이나 이익 같은 산술적 금액 차원을 넘어 현대그룹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자칫 그간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고, 그룹의 총체적 사기마저 추락할 수 잇는 상황이다.

현재 현 회장 앞엔 두 가지 힘겨운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당면과제는 당연히 대북사업의 차질 없는 유지, 특히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다. 금강산이 풀려야 개성이 풀리고, 그래야 현대아산과 현대그룹도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애를 쓴다고 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여서 현 회장의 마음은 더 답답하다. 이와 관련해 현 회장은 북핵 실험 이후 청와대 모임에서 “단 한명의 관광객이 있더라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두 번째 과제는 현대건설 인수다. 상선 의존도가 높은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면, 옛 현대그룹의 모체이기도 한 현대건설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상대로 보나 인수가격으로 보나 쉬운 게임은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경영 전면에 나선 현 회장은 지난 3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이번에도 특유의 조용한 돌파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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