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8일 기존 이라크 정책에서 한발 후퇴, 이라크 주둔의 영국군의 조기 철수 의사를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18일 의회에서 이라크 주둔 영구군의 존재가 ‘도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앞으로 10~16개월 안에 이라크 보안군에게 치안권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시사했다고 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집권 말기 블레어 총리의 정국 운영이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노동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며 3기 집권에 성공했지만, 블레어 총리의 정치적 행보는 풍전등화 같았다. 13일 리처드 대너트 참모총장이 이라크에서의 조속한 철군을 요구하며 군 고위 간부로는 이례적으로 블레어 정부의 대외정책을 공개 비판한 것은 블레어 총리에게는 노동당 내 반란보다도 더 심각한 타격이 됐다. 블레어 총리가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수해온 이라크 정책의 실패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철군 요구를 수용한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 이라크전 입장 변화와 발을 맞추는 동시에 영국군 내부의 반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레어 총리는 내년 7월 이전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노동당 내부의 조기 퇴진 압박은 그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존 메이저 전 총리는 8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쳤으니 더 늦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블레어 자신에게도 좋을 것”이라며 조기 사임을 요구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이라크전 실패와 각료의 잇따른 스캔들로 추락한 블레어 총리가 올해 안에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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