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파장을 고려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4.6%에서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번 주초에 발표한 내년 전망치 4.3%를 추가로 하향조정할 뜻을 시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탄력적인 대응이면서 동시에 핵실험이란 돌출악재가 하향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 전반에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한 것이다. 이 바람에 정부는 물론 여권과 학계 일각에서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권 부총리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진행, 북한의 추가대응 등 상황 진전에 따라 실물지표가 둔화하면 올해 뿐 아니라 내년 이후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운용계획 발표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북한 핵실험의 영향, 미국 경제 등 변수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할 연말까지는 이에 관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며 “거시 경제정책의 새로운 조합을 검토, 운용방향에 담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북핵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위기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브리핑에 이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마일드한 것, 센 것, 더 센 것 등 나빠질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다 있다”며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냐, 대응방안이 뭐냐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내년 거시정책 운용에 대해 부작용을 초래하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는 반대하지만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ㆍ약 5%)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경기관리를 하는 것은 거시정책 당국의 당연한 책무”라며 북핵 사태 등으로 경기가 과도하게 둔화될 경우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정택 KDI 원장도 북핵 사태에 따른 내년 경기둔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상황에 따라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경기순환상 내년 우리 경제가 나빠지는 것도 있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이 알게 모르게 많이 약화됐다”며 “KDI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 4.3%는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미국 주택 버블과 북핵 사태 등 하방(하락)위험도 적지 않아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를 잘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경기부양을 실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이날 한국경제연구원 포럼에서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4% 중반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회의적”이라며 “단기적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거시정책의 모든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서울대 정운찬 교수도 “생활이 너무 어려운데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동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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