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play 아하 with 봉춘’ ‘귀염 홀릭’ ‘대한민국품행제로학생’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무분별하게 제공되는 정체 불명의 자막이 남용을 넘어 언어 공해 수준에 이르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우상호 의원(열린우리당)이 19일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월의 한 주에 지상파 방송 3사의 주말 오락프로그램 6편을 조사한 결과, 프로그램 1회분 방송시 자막이 총 5,907회(프로그램 한 편당 평균 984회)나 사용됐다. 이는 2001년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조사결과에서 나온 주말 오락프로그램 한 편당 평균 자막 사용횟수(355회)와 비교할 때 5년 사이에 무려 2.77배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사용 빈도의 증가뿐 아니라 자막의 유형과 표기에 있다고 우 의원은 지적했다. 출연자의 음성을 그대로 인용한 ‘음성 인용’ 자막 비율은 2001년 61%에서 2006년 45%로 낮아졌다. 반면 제작진이 방송중 상황 설명을 제시, 시청자의 사고를 제한하는 자막의 비율은 31%에서 47%로 증가했다. 이는 방송사가 자막 남용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장해온 ‘시청자에 대한 배려’논리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고 우 의원은 비판했다.
우 의원은 “자막에 등장하는 언어도 방송에 부적합한 비속어, 은어, 외국어가 많이 사용됐으며,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린 경우도 많았다”며 “이는 올바른 국어를 전파해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사들이 오히려 국어의 왜곡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수 차례 지적과 시정을 권고했는데도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로 시청하는 주말 오락프로그램에서 과도한 자막과 잘못된 국어를 남용하는 것은 이들의 정신적 성장과 올바른 국어 사용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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