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 중간선거 이후 조기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8일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년3개월여. 레임덕이 오기에는 이른 편이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상ㆍ하원 중 한쪽이라도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빼앗긴다면 부시 대통령은 퇴임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것 같은 레임덕 상황에서 남은 임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패색은 날로 짙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의 성추문 등 잇단 스캔들이 터져 나와 공화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도 민주당으로 기울어 이 추세라면 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진다. 공화당 상ㆍ하 양원 지배가 무너지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뉴스가 13~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의회활동에 대한 지지율은 1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민주당의 의회 장악을 원한다는 유권자는 52%로 공화당 지지(37%)보다 훨씬 많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이 상ㆍ하원 중 한쪽이라도 장악하는데 성공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부시 대통령의 위상 및 역할도 두드러지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몇 주동안 각 부처 장관들과 앞으로 추진할 사회보장 개혁 등의 국정 과제를 가다듬으며 임기 후반을 준비했지만, 민주당의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딕 체니 부통령의 에너지 이권,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스캔들, 이라크전쟁 등 의회가 규명 못한 부시 행정부의 실책과 의혹들도 민주당이 선거운동에서 공격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이라크전 때문에 공화당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조기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벌써 부시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일 중간선거 유세현장에서 부시 대통령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유세장에 부시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외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 유세 지원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유세 지원은 지금까지 총 15건에 불과, 4년전(29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크리스 셰이스 의원(코네티컷)은 아예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까지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집권 초반을 극복했다. 부시 대통령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아닌 상황에서도 ‘낙오학생방지법’을 추진하는 등 미 대통령이 비우호적 의회 환경에서도 권력 누수 없이 정책을 운용한 전례는 적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현재의 부시 행정부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레임덕 위기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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