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섬에서만 근무하며 섬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는 경찰관이 있다. 전남 목포경찰서 임자파출소 재원도 낙도초소에 근무하는 김병래(52) 경사.
김 경사는 1978년 경찰에 투신한 뒤 함평경찰서 근무를 마치고 82년 목포경찰서 관내 도초 낙도에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하의도 매화도 임자도 등 신안지역 7곳의 섬을 돌며 일해왔다. 남들이 싫어하는 섬 근무를 하면서 김 경사는 오히려 도시의 각박함에서 벗어난 생활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고, 섬 사람들의 정을 느끼며 어느새 ‘섬 전문’ 경찰관이 됐다.
그는 무엇보다 섬 주민들과 가족처럼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한다. “주민이 100여명밖에 안되니 치안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대신에 주민 생활에 가까이 다가가 봉사하는 근무를 할 수가 있지요." 농번기에는 대부분 60~70대인 마을사람들의 농사를 도와주고 고기잡이배 선주와 선원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도 없는 섬에 근무할 때는 비번인 날 육지에 갔다 오면서 주민들을 대신해 생필품을 사오는 것도 그가 도맡아 하던 중요한 일이다.
이제 그에게 섬 주민들은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됐고 섬은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섬을 떠날 생각도 없지만 떠날 수도 없다. 근무지를 옮길 때가 되면 이전에 근무했던 섬 사람들이 다시 오라고 먼저 극성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뇌종양 치료 때문에 광주에 살고 있는 부인을 자주 만나지 못해 가족에게 늘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의 가족은 섬 근무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가장을 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정년이 5년 남짓 남았다는 김 경사는 "섬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아직 못가본 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아 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고민 아닌 고민을 들려주며 웃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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