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출가 임영웅씨 "평론가와 연극인은 불가근불가원 관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출가 임영웅씨 "평론가와 연극인은 불가근불가원 관계"

입력
2006.10.19 23:54
0 0

“평론가의 충고와 권유가 연출가의 작업을 통해 실제 공연에 반영되는 게 가장 이상적 형태겠죠.” 원로 연출가 임영웅(73ㆍ극단 산울림 대표)씨는 창작 따로, 평가 따로이기 십상인 우리 예술계가 걱정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활동하는 움직임 역시 갈수록 거세지는 것만 같다.

임씨는 21일 자신의 산울림소극장에서 세계적 연극평론가 45명을 초청,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여주기로 돼 있다. 국제연극평론가협회(IATC)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연극성과 비평’을 주제로 서울에서 갖는 특별총회의 축하공연작으로 이 작품을 선정했다.

IATC가 아시아권에서 총회를 치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현역 원로 연극인으로 후배들과 겨루게 된 임씨는 감회가 남다르다. 물론 연출도 직접 한다. 와인 파티를 할까, 중간 휴식 10분 때 샌드위치를 돌릴까 등등 어떤 모양새가 좋을지 궁리하는 모습은 그가 이번 행사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는 눈치다.

고도(Godot)는 그의 분신이다. 1969년 12월 한국일보소극장에서 초연된 후 ‘반(反)연극’이라고까지 불린 이 파격적 작품 덕에 그는 이듬해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고, 더블린(90년) 폴란드(94년) 도쿄(99년) 등지를 돌며 한국 연극의 존재를 알렸다.

“이번에 첫 제정된 세계연극비평상인 탈리아상을 받는 에릭 벤틀리는 ‘근대극 작가들’이란 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사 보게 됐군요. 평론가들과는 별로 친하지 못해요. 불가근불가원(不加近不加遠)이죠. 특히 내 연극에 대한 감상은 절대 묻지 않아요.” 당사자가 눈 앞에 있으면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평론가들과는 친교를 맺지 않는다는 그의 신조와 이어지는 대목이다.

그 믿음과 어긋나는 평론가가 마틴 에슬린. 명저 ‘부조리 연극’으로 현대 연극의 핵심을 짚은 평론가다. 사람들이 아직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예리한 비평으로 그 같은 몰이해를 일거에 날려버린, 그러나 인간적 친교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사람이다. 언필칭 불가근불가원이다.

“88서울올림픽 때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나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그는 ‘배우를 만나 보고 싶다’더니, 기념 촬영까지 하더군요.” 예기치 못한 반응이었다.

그날 밤, 그는 임씨의 작품이 기존 해석과 어떻게 다른지를 A4 용지 넉장에 기록하기도 했다. 두번째 만남은 2002년. 에슬린은 이번에는 산울림소극장까지 왔다. “열반을 상징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데, 베케트의 딴 작품은 관심 없느냐 하고 물어왔어요.” 석학의 제안은 그러나 거리의 제약, 언어 장벽 등으로 더 이상 진전을 못봤다. 결과적으로 불가근불가원.

임씨는 “이번 IATC 행사는 급작스레 연락을 받아 영어 자막을 마련하지 못해 아쉽다”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초청된 분들이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함께 선보일 그 밖의 한국 무대는 극단 미추의 ‘벽 속의 요정’, 극단 골목길의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두 편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