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 순수비(국보3호)의 복제비가 북한산 비봉 정상(556m)에 세워졌다. 문화재청은 19일 비봉 현장에서 복제비 제막식을 가졌다.
진흥왕 순수비는 신라 제24대 진흥왕(재위 540~576)이 한강 유역을 영토로 편입한 뒤 이를 둘러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순수척경비(巡狩拓境碑)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건립 시기는 비문에 새겨진 연호가 닳아 확실치 않으나, 창녕비를 세운 561년과 황초령비를 설치한 568년 사이 혹은 그 이후로 추정된다.
이 비석은 암석 덩어리인 비봉 꼭대기에 세워진 이래 오랫동안 그 존재가 잊혀졌으나 1816년 추사 김정희가 친구 김경연과 함께 발견, 그 내용을 판독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높이 154㎝너비 69㎝ 크기의 비신(碑身ㆍ비 몸통)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훼손이 심해지자 1972년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대신 비석이 있던 것을 알려주는 표석이 현장에 설치됐다. 비에는 왕이 이곳을 방문한 목적과 비를 세운 까닭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진흥왕의 영토 확장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복제비는 이상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의 자문 아래 순수비의 원석 재질과 가장 유사한 강화도산 화강암으로 제작했으며 글자는 문화재 전문위원인 서예가 이완우씨의 자문을 받아 서만석 각자공이 판독 가능한 부분만 새겨넣었다. 또 비신 뒷면의 총탄 흔적도 그대로 표현했다.
문화재청은 비신에 머릿돌(가첨석)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날 제막식이 끝난 뒤 비봉 근처에서 머릿돌 찾기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은 연중 계속되며 머릿돌을 찾는 사람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공로패와 보상금이 지급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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