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는 혼란과 격동의 시기였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서양 문물의 유입과 문화 향유층의 확대에 힘입어 새롭고 다채로운 문화가 꽃핀 시기다.
이러한 변화는 회화에서 두드러진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19일 시작한 조선 말기 회화전은 조선 후기와 일제 침략기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저평가됐던 이 시기 회화의 진면목을 알리는 자리다. 1850년부터 1910년에 이르는 시기의 회화만 집중 조명하는 첫 전시이자, 13일로 개관 2주년을 맞은 이 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다. 보물 2점(유숙의 <홍백매도 8곡병> , 김정희의 <반야심경첩> )을 비롯해 조선의 마지막 화가들 27인의 대표작 80여 점이 나와 안복을 누리게 한다. 반야심경첩> 홍백매도>
전시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돼 있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새로운 화풍을 개성적으로 재해석한 장승업 등의 화원(畵員ㆍ궁중의 직업화가) 화풍, 전통적 남종화의 세계를 완성한 추사 김정희 일파, 새로운 소재와 기법의 등장이 그것이다.
전시장 첫머리에 걸린 유숙의 <홍백매도 8곡병> 은 선비들이 사군자의 하나로 수양 삼아 그리던 매화가 민간의 장식용 병풍 그림으로 널리 퍼졌던 이 시기 유행의 증표다. 올해 타계 150주기를 맞은 추사의 서예 5점은 따로 방을 차지하고 있다. 추사는 당대 화단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조희룡, 전기, 허련 등 그를 따른 화가들은 산수와 사군자 그림에서 여전히 높은 격조를 추구했다. 새로운 요소의 등장과 변화는 김수철, 김창수 등의 그림에서 뚜렷하다. 이들은 사물의 핵심적 특징만 잡아낸 간략한 표현과 독특한 색감으로 새로운 시대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홍백매도>
한 화가가 한 가지 주제에 뛰어난 1인 1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남계우는 나비를 잘 그려 ‘남나비’라 불렸고, 조석진은 물고기와 게 그림, 박기준은 부채 그림, 채용신은 사진처럼 보이는 정교하고도 입체적인 초상화로 유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한다. 리움은 관람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목요일은 예약 없이 볼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02)2014-6901, www.leeum.org
오미환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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