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은인자중’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율을 위해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보다 묵묵히 내 갈 길을 간다”는 특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슬슬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일단 국정감사를 충실히 하고 11월 말께나 본격적 대선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8일 최근 지지율 격차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재충전이 필요하기도 하고 대선 조기 과열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대외 활동을 자제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비해 이념적 기반의 폭이 좁아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데다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최근 지지율 경쟁에서 북한 핵 실험이 특히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측근들 사이에서는 자칫 ‘행동’의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전 시장은 일찌감치 격차를 벌려 놓기 위해 밀어 붙이는데, 박 전 대표는 10월 초 독일 방문 때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만 덜컥 한 뒤 이렇다 할 일정도 없고 조직도 허술하다”며 “연말ㆍ연초 정계 개편이 어떻든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11월 말 이후에도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기 보다 국정 현안과 대권 구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 콘텐츠가 부족하고 감성적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해소할 예정이다. 그는 또 최근 당 안팎 인사들과 삼삼오오 식사를 하는 등 당내 스킨십 강화를 위해서도 나름대로 노력 중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18일 전남 화순과 신안 등에서 10ㆍ25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서 “북한 때문에 손해는 볼 수 있어도 북한 때문에 우리가 죽을 수는 없다”며 “대북 포용정책의 정신과 기조는 기본적으로 찬성해 왔지만, 핵 실험까지 하는 상황에서 그런 정책을 펴야 하겠느냐”며 포용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그는 또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민주화ㆍ산업화 세력이 힘을 합해야 하며, 민주당과의 연대는 항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도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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