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서울ㆍ경기지역 외국어고 특별전형 경쟁률이 엄청나게 뛰었다. ‘외고 러시’가 가히 극에 달한 형국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성적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으나 각 대학들이 논술 강화 등으로 이를 무력화하려 하자 학생들도 내신에 대한 부담 없이 외고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입시 기관으로 전락한 외고를 정상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도 크게 퇴색하고 있다.
경쟁률 대폭 상승
수도권 지역 15개 외고(서울 6개ㆍ 경기 9개) 특별전형 원서접수가 18일 모두 마감됐다. 서울의 대원 대일외고와 경기의 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만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졌을 뿐 나머지 12개교의 경쟁률은 모두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서울외고는 지난해 4.9대 1에서 올해 12.5대 1로, 경기 명지외고는 5.6대 1에서 약 9.9대 1까지 올랐다. 경기 과천외고는 188명 모집에 1,469명이, 김포외고는 93명 모집에 764명이 몰려 경쟁률이 약 8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 상승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번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형 일자가 통일돼 사실상 복수지원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외고 경쟁률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또 내신 강화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입전형계획 발표로 외고 지원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왜 더 '떴나'
특수목적고 입시 전문가들은 “명문대 진학에서 외고 출신 학생이 전혀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은 최근 2008학년도 입시안을 내놓으면서 수시나 정시 전형에서 논술 비중을 강화하고 특목고 특기자전형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특목고 입시전문기관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실장은 “통합 논술 및 구술면접이 당락을 가르는 2008학년도 대입에서 고교 재학 중 심화학습이 가능한 외고 출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고 정책 불신 자초
이와 함께 교육부의 ‘외고 정책’이 현실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그 동안 “법령을 고쳐서라도 실패한 외고 정책을 바로 잡겠다”며 외고의 모집지역 제한과 동일계 특별전형 마련, 내신 비중 강화 정책 도입 등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중2 아들을 내년에 외고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박모(44ㆍ여)씨는 “외고 진학이 대학 입학에 실제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할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교수는 이날 성공회대에서 이 대학 NGO 대학원 등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정부가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내신중심으로) 바꾼 것은 큰 방향에서 옳지만 소위 일류대가 논술강화 등으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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