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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생애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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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생애주기

입력
2006.10.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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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란 부제가 달린 강준만의 에세이집 <인간사색> 을 읽다가 '생애주기'란 말을 알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는 연령주의'의 하나가 '결혼이나 취업 적령기처럼 특정한 나이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거나 나이가 들어서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식'의 통념인데 그것은 '생애주기 언설에 의한 차별',이라는 정희진(여성학자)의 글이 인용돼 있었다.

지금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 제법 체화해 만사 덤덤한 편이지만 예전에는 나도 기가 죽거나 비탄에 빠지던 순간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대개 '생애주기'가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학업 적령기에 놀고 있던 것, 내 나이 평균보다 항상 가난했던 것, 꽃다운 청춘시절을 고치 속에서 보내고 훌쩍 장년에 접어든 것 등등.

동갑내기 남자인 한 친구가 장가간다는 말을 들었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삼십대 초반이었다. 그와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그저 보면 반가운 친구였을 뿐인데, 기분이 무지 이상했다. 마치 한밤에 숨바꼭질을 하다가 마지막 술래가 된 듯했다. 다들 집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혼자 남아 두리번거리는.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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