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남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

입력
2006.10.19 00:36
0 0

북한의 핵실험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유엔결의안을 채택해서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북한의 무수한 대남 도발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유엔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결의안을 낸 적은 없다.

국제사회가 이번 핵실험을 세계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증거이다. 북한 핵을 고리로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우리 국민들이 역사적으로 엄중하고 결정적인 운명의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의미의 '비핵화'를 말하면서 동상이몽 중에 있다는 것이다. 남한은 핵 보유를 포기하고 주한미군의 전술핵까지 철수한 상태이므로 북한의 핵무기만 폐기하면 비핵화가 달성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다.

지금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 협상 때 제기했던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이다. 당시 북한은 핵무기 탑재 가능 항공기 함선의 한반도 통과ㆍ착륙ㆍ방문 금지, 핵우산 보장조약 체결 금지, 핵무기 동원 군사훈련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미 군사동맹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미군의 한반도 출입은 물론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군사훈련까지 금지되기 때문이다. 미군의 전술핵이 철수된 1991년 이후에도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핵전쟁 연습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의 비핵화를 수용하여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당시 동구 공산주의의 붕괴로 어려움에 처한 김일성이 정권의 활로를 남북대화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 직후부터 북한은 비핵지대화의 내용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의 주장은 '비핵화'라는 모자를 쓰긴 했지만 그 내용은 '비핵지대화'였다.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주한미군 철수 의지는 집요하다. 핵이 없었던 1980년대까지는 재래식 전력 감축을 매개로 주한 미군과 핵 철수를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제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되었으므로 당연히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나서는 것이다.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핵을 매개로 외세를 배격하고 남북통일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정권에 있어서 비핵화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김정일 정권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핵무기가 국력의 상징이자 선군정치의 귀중한 결실이기 때문이다. 핵은 김정일의 통치이념인 선군정치로 탄생했고 선군정치를 지속시켜주는 보루가 될 것이다.

문제는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있다. 특히 한ㆍ미 양국은 북핵 폐기를 위해서 주한미군 철수를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짜내야 할 시점이다. "대를 이어 충성한다"는 구호처럼 2대에 걸쳐 핵 개발에 성공한 북한 정권의 의지를 깊이 통찰하면서, 김정일 정권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과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과시하고, 이를 정책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성훈ㆍ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