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술을 번복합니까.”(검사)
“그 때는 아무리 변명해도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아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술한 것입니다.”(피고인)
1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법복을 입은 판사를 사이에 두고 검찰과 피고인ㆍ변호사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나 실제 이들은 모두 검사.
이달 말 공판중심주의 확대 실시를 앞두고 검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검이 마련한 자리였다. 전국에서 모인 55명의 공판검사가 이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법정에 서는 게 업(業)인 사람들이라 지겨울 법도 하지만 동료들의 공방을 바라보는 공판검사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재판은 피고인이 혐의를 시인하는 경우와 부인하는 경우, 서류 위주로 진행하던 종전 방식과 공판중심주의 방식으로 나눠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종전 방식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길게 질문하면 피고인은 “예” “아니오”로만 답했지만 공판중심주의 방식에서는 검사와 변호사의 질문이 짧아지고 피고인의 답변이 길어졌다.
증거서류 제출도 증인신문 이후로 미뤄졌다. 종전에는 증인이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 등을 판사가 미리 살핀 뒤 증인을 법정에 세웠는데 이것이 판사의 예단(豫斷)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행을 맡은 이완규 검사는 “간단한 사건을 시나리오로 만들었는데도 재판이 종전보다 몇 배 지연되고 검사의 공판 업무가 가중됨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국민이 감시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의 공판중심주의 구현 의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가 본격 실시되면 증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위증사범을 엄단하기로 했다. 벌금형 등으로 약식기소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거짓말한 사람을 정식재판에 회부하고 위증 사실을 부인할 경우를 대비해 증언을 법정에서 녹음할 방침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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