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의 밤’이라는 말이 붙은 크고 작은 파티가 여럿 열렸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 자리를 통해 친목을 다지거나 안면을 텄다.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들은 신작 홍보를 위한 창구로도 적극 활용했다.
올해 영화제의 숱한 ‘밤’ 중에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충무로의 큰 손인 쇼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가 마련한 행사였다. 영화 투자ㆍ배급 분야의 라이벌인 두 회사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자존심을 걸고 행사를 준비했다. 개봉을 앞둔 대작 ‘디워’(쇼박스ㆍ제작비 700억원 추정)와 ‘중천’(CJ엔터테인먼트ㆍ104억원)을 각각 소개하는 자리라 시선은 더욱 집중됐다.
두 회사의 조직 특성을 반영한 듯 행사 내용은 판이하게 달랐다. 쇼박스의 행사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걸친 듯한 편안함이, CJ엔터테인먼트의 행사는 정장을 차려 입은 듯한 격식이 묻어났다.
16일 밤 해운대 모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쇼박스의 ‘나이트 쇼’는 일과 놀이가 결합한, 잘 짜여진 하나의 쇼 프로그램이었다. 클럽 안 한쪽에는 어둠 속에서도 눈에 확 띄는 ‘반짝이 상의’를 입은 지배인이 앉아 있었다. 쑥스러운지 어색한 미소를 연신 지어 보인 그는 김우택 쇼박스 대표였다. 그의 깜짝 변신은 ‘놀러 온’ 손님들을 화끈하게 모시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김 대표의 의도가 통했는지 영화인들은 흥겹게 춤을 추며 쇼박스의 개봉 예정작 소개 시간을 즐겼다.
14일 밤 열린 CJ엔터테인먼트의 ‘중천의 밤’은 겉보기에 쇼박스보다 화려했다. 가수 메이비와 휘성이 분위기를 띄웠고, 정우성 김태희 허준호 소이현 등 톱스타가 대거 무대에 올라 열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전체 참석자들이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잘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와 출연자 등 주요 인사들은 2층 VIP석에서 느긋하게 쇼를 즐겼고, 700여명의 일반 참가자들은 북새통 같은 1층에서 2시간을 견뎠다. 일부는 다소 경직된 이런 분위기에 불평을 터뜨렸다.
행사 하나로 전체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 부산영화제의 밤 행사는 덩치 작은 쇼박스가 ‘의전’과 ‘형식’보다는 ‘끼’를 더 중요시하는 영화시장에서 CJ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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