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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교수 "한국경제 아둔한 항해사 탓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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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교수 "한국경제 아둔한 항해사 탓 표류"

입력
2006.10.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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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시장상황보다는 정치상황에 민감하며 직업 관료들은 이념으로 무장된 실세에 짓눌려 있어서 한국 경제는 아둔한 항해사가 위험한 암초지역을 지나는 형국이다.”(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1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회장 정운찬) 주최로 열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국경제’ 정책포럼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병주 명예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로 접어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국내 경기침체는 노동생산성 악화, 경영권 불안에 따른 투자부진, 대기업 노조 텃새, 과도한 교육비 등 내적 요인 탓”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이어 “한국 경제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치의인 정부는 현실 인식 능력이 없어 전문성을 의심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ㆍ미 FTA 협상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협상에 나서기만 기다리며 몇 년을 그냥 허송한 한국 정부는 막상 협상에 들어간 이후에는 예상치 못했던 국내 반발에 부딪치는 등 대내 협상부터 실패했다”며 “여당과 야당도 표심 잡기에 급급해 FTA와 관련한 뚜렷한 당론마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ㆍ미 간 시장개방을 통해 미국의 선진산업 기술과 지식이 한국으로 이전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선진기술과 인적자본을 가진 미국기업이 한ㆍ미 시장에서 가격 결정자가 되고 과점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농업, 의류, 섬유 부문은 열고 통신, 하이테크, 금융서비스 등은 보호하는 식으로 미래 시장동력은 자국시장에서 일정기간 보호해 경쟁력을 키운 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찬 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는 “한ㆍ미 FTA 협상은 단기적인 일정에 쫓겨 허겁지겁 추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개방 범위와 순서를 정하고 개방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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