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의 만성적 저성장 구조 고착화를 우려하며 과감한 규제 완화와 탄력적 정책운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북핵사태로 경기하방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적극적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허둥대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KDI의 경고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 기대(4.6%)보다 낮은 4.3%에 그치리라는 전망으로 시작된다. 민간소비 둔화 등 내수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데 여기에 '북핵 후폭풍' 변수까지 가세하면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를 밑돌아 성장잠재력이 고갈됐다는 지적이다. KDI가 법ㆍ제도 효율화, 자유무역협정 확대, 서비스업 구조조정, 교육혁신, 연금개혁을 촉구하는 이유다.
한은은 10년 장기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급속히 활력을 되찾아가는 일본 경제의 회복과정과 요인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1%에 그쳤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2%대까지 급상승한 비결은 정부 기업 금융 노동 등 전 부문에 걸친 지속적 구조개혁과 이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특히 기업구조조정이 비용절감 등 보수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며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는 수익지향형 기업재편을 강조했다. 정부 효율화, 규제 완화, 기업가 정신 회복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은과 KDI가 당장의 경기진작책보다 민간부문의 활력제고 및 기업가 정신 회복, 규제완화, 정부 효율화 등 구조개혁을 유달리 강조한 것은 생산성 하락-성장잠재력 고갈-저성장 고착화의 시나리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다.
정부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얘기로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눈총을 줄지도 모르겠으나, 누군가는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야 경각심을 잃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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