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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임대 '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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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임대 '예견된 실패'

입력
2006.10.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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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처지에 놓였다. 수요예측실패와 무리한 추진으로 결국 '실패한 임대주택 정책'이란 불명예를 쓰게 됐다.

대한주택공사는 17일 국정감사에서 "2005년에 실시한 인구ㆍ주택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대 주택 총수요를 재조사해 공급계획을 수정하는 등 임대주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임대주택 사업은 그 동안 잦은 부도와 지역별 물량 공급 불균형 등으로 문제점이 자주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임대주택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계획수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결국 공급계획 수정 방침을 밝히면서 그 동안의 정책 실패를 시인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임대주택 정책의 실패원인으로 부정확한 수요 예측과 무리한 사업계획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정작 임대주택은 필요한 곳엔 짓지 못하고, 사업하기 쉬운 곳에서만 목표치 달성을 위해 대량 공급이 이뤄졌다.

예컨대 지방의 경우 경남은 올해 말까지 계획물량(1만3,222가구)를 초과한 1만7,903가구가 사업승인을 받아 목표치 대비 135.4%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북(106.7%)과 충북(99.1%), 울산(93.0%) 등도 목표치를 넘었거나 그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올 연말까지의 계획물량(8만6,770가구)에 비해 실적은 2만7,596가구에 그쳐 고작 31.8% 머물러 있다.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110~120%에 이르고 인구도 줄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국민임대주택이 계속 공급되면서 미임대 물량이 더 늘어나는 상황. 7월말 현재 서울은 미임대 물량이 한 가구도 없지만 인천 전북은 국민임대의 8.3%와 7.5%가 비어 있다.

임대 공급이 절실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는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한편, 지방 도시는 오히려 공급량이 목표치를 초과해 집이 남아도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까지 국민임대 100만가구를 지어야 한다는 무리한 청사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이후 올해 6월말 현재까지 전국에서 사업승인을 마친 국민임대주택은 총 26만3,812가구로 당초 계획(38만1,626가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책변경의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 정부는 타이밍을 계속 놓쳤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국민임대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기회가 있었고, 지난해 7월에는 주택수요가 적은 특정지역에 임대 공급이 몰려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엔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임대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민간공급을 늘리고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무조건 집을 짓기보다는 도심지의 임대주택확보물량을 늘리고 낡은 주택을 매입해서 개량한 뒤 활용하는 등 다양한 공급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을 통한 임대 공급도 늘어나야 한다. 민간의 임대공급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인센티브 등의 '당근책'이 필요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지어온 주택업체들도 사업성이 낮다 보니 임대 공급을 꺼려하고 있다"며 "민간이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혜택 등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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