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우리 정부에 “동맹관계의 혜택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부담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등 사실상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요구하자 우리측은 발언 진의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남북경협에 대해 유보적 반응을 보이는 등 라이스 장관이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대북압박 동참을 촉구하고 나선 데 대해 우리측은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곧 안보리결의 이행방안 등을 논의할 18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19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겨냥한 사전포석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아예 금강산 관광사업을 사실상 북한정권에 돈을 주기위한 사업으로 못을 박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미측이 지금까지 특정사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요구한 적도, 협의를 요청한 적도 없다”며 “인식차가 있다면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안보리 결의내용에 핵, 대량살상무기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의 동결 규정에 남북경협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측 해석”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곧 한미 회담이나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 남북경협 문제가 쟁점이 된다면 유지입장을 우리측 의견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담당부처인 통일부 당국자도 “금강산 수익이 북한정권에 들어간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 일각에서는 라이스 장관이 이들 사업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 아니라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때문에 미측이 일부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미회담에서 특정사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이 “(북한 핵실험이후) 한국이 모든 대북활동을 재평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우리측은 상당한 고심을 하는 인상이다. 경제제재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에서 미측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추가조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