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북한의 2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는 소식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코스피 지수는 17일 전날보다 3.84포인트 오른 1,360.56으로 출발했으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불거지며 급락, 장 중 한때 1,340선이 무너지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시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지난 1차 핵실험 때처럼 큰 쇼크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부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1차 핵실험 때부터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라며 “북한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 반발해 미사일 발사나 국지적 도발 등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도 “17일의 증시 하락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1,30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1,360선까지 반등한데 따른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며 “북핵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주가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추가 핵실험이 이루어지더라도 1차 핵실험 때와 같은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북핵 변수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적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과 같은 최악의 상황만 피한다면 국내증시가 안정을 되찾는 것은 물론 추가상승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9ㆍ11 테러 직후 미국의 소비ㆍ지출 감소 우려가 국내 기업의 실적전망을 어둡게 했던 사례나,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북핵 변수의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영향은 매우 낮다”며 “과거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이나 서해교전 직후에도 국내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1~3개월 뒤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던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부장도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기업의 실적도 3분기 이후 호전될 전망이어서, 이번 고비만 넘기면 국내 증시도 글로벌 증시의 상승무드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북핵 리스크의 부각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사상 최고치인 44조1,7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주식형펀드들의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여전히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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