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문동지점의 신입행원 김상훈(27)씨는 토익성적표가 없다. 5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올해 2월 입사한 동기 210명 가운데 토익성적을 제출하지 않은 사람은 김씨를 포함해 5명이 채 안 된다.
그는 경희대 지리학과 4학년 때인 지난해 봄 토익시험을 한 번 쳐본 뒤 ‘적성에 맞지 않아’ 더 이상 시험을 치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학점(3.12)은 지원 자격인 3.0을 간신히 넘긴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런 김씨가 ‘은행고시’의 관문을 뚫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대학시절 인간관계를 폭 넓게 맺은 게 면접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말 2박3일간 진행된 합숙면접에서 10분간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지인들에게 장ㆍ단점을 문자로 보내도록 하라’는 과제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는 순식간에 20명이 넘는 선ㆍ후배들로부터 답을 받아 면접관들을 흡족하게 했다.
다양한 사회 경험도 큰 힘이 됐다. 대학시절 내내 풍물패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농촌봉사활동(농활)만 16차례나 다닌 농활 베테랑이다. 풍물패 동아리와 농활을 통해 그는 선ㆍ후배는 물론 농민들과 장기간 단체생활을 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땀 흘려 돈 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험하기 위해 제대한 뒤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6개월 동안 문짝 제조업체에 취직해 용접 등의 일을 했다. 합숙면접 당시 그는 8명으로 구성된 조의 팀장을 맡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 화기애애하면서도 단결력 강한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조원 8명 모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김씨는 “요즘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는 보수적인 은행도 고객 자산관리, 금융상품 판매업무 등 대면(對面) 서비스에 강한 인력을 찾는 것 같다”며 “학창시절 많은 경험을 쌓아 자신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 직전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해 직무를 파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이왕구기자 fab4@hk.co.kr사진=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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