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핵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폭 1~3m, 깊이 수백m 이상의 지하갱도가 필요하다. 암반층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굴착장비가 동원되고, 파낸 흙이 실험장소 주변에 쌓인다. 이를 실어 나르는 트럭과 사람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핵실험 준비 단계에서 가장 먼저 포착되는 이른바 ‘갱도 굴착 징후’다.
주변에 트럭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개설됐거나 작업 인부의 숙소가 건설돼 있는지, 시설에 대한 감시와 출입 통제가 실시되는지 등도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기 위한 체크 리스트들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4,000여개의 지하갱도가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굴착 징후가 쉽게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단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케이블이 발견되느냐 여부이다. 갱도가 만들어지면 관측장비가 들어가고 광케이블을 통해 10㎞이상 떨어진 바깥의 관측소와 연결된다. 케이블을 통해 갱도 내에 전력도 공급해야 한다. 대량의 케이블이 실험 장소로 수송된다. 지난 8월 김승규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던 것도 함북 길주군 풍계리 갱도 인근에서 케이블로 추정 되는 물체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대량의 시멘트로 갱도를 메우는 단계다. 이 과정이 포착되면 핵 실험 지시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실험이 임박했다는 명확한 징후로 간주된다. 갱도를 메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가 필요하다. 파키스탄 핵실험에서는 갱도를 메우는 데 시멘트 6,000포대가 들어갔다고 한다. 실험 참관을 위해 고위 인사나 기술자가 집결하는지도 핵실험을 사전 인지하기 위한 최종 체크 리스트다. 핵실험이 임박하면 북한 내 통신량도 급증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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